■ 연금술사의 사기술

연금술사의 실험실(Jan van der Straet 1523-1605)

연금술이란 정신의 완성이라는 고귀한 목적을 위해서도 행해지지만 순전히 황금에 의한 탐욕에 빠진 연금술사들도 있게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연금술사들은 황금을 변성하는데 실패했을때 각종 술수를 부려 성공을 가장해왔다. 그중 재미있는 연금술사의 사기사례를 두가지 정도만 살펴보자.

첫번째 사례는 아마도 기록상으로는 가장 오래된 사기꾼 연금술사일 것이다. 이 연금술사는 기원전 300년 경 사람으로 자신의 사기술수를 다음과 같이 기록해놓았다. “금과 납을 곱게 빻아 1:2의 비율로 섞어놓되, 점성질이 있는 물질을 사용하여 혼합해둔다. 이 혼합물을 구리 반지의 겉면에 발라서 가열한다. 몇 번이고 반복해서 가열을 하게 되면 이 반지가 금색을 띠게 되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반지는 시금석으로 시험해보아도 진짜 금으로 판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들통날 염려가 별로 없다. 또 이 반지에 열을 가해도 납이 줄어들지 금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두번째 사례는 훨씬 더 후대의 것으로 이보다 더 교묘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즉 은과 금으로 된 백색합금으로 동전을 만들어 놓은 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 동전을 질산에 넣어 은을 녹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은과 금이 섞여 있던데서 은만 녹아버려 동전이 어느 순간에 갑자기 순수한 금으로 변해 버리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진 동전 중에 몇 개가 현재도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어서 연금술사들의 잘못된 탐욕을 보여주고 있다.

■ 연금술의 쇠퇴
17세기경부터 소위 기계론적 철학이 확산되자, 이에 따라 연금술과 같은 비밀이나 신비에 대한 혐오가 커져가게 된다. 그렇다고 연금술을 전적으로 무시하게 되는 것은 아니었다. 연금술사들이 수많은 실험들을 통한 과학의 발전은 인정하되 다만 연금술에서 그 신비스런 색채를 빼앗아버린 것이다. 이제 철학자의 돌은 더 이상 그 신비로운 힘을 잃어버렸으며, 다른 금속을 금으로 변성시키거나 질병을 치료하는 이상적인 물질이 되지 못하였다. 이러한 17세기의 연금술의 위치에 대해 프란시스 베이컨은 다음과 같이 말한바 있다.

“연금술은 아마도 아들에게 자신의 포도원 어딘가에 금을 묻어두었노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에게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 아들은 땅을 파서 금을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포도 뿌리를 덮고 있던 흙무더기를 헤쳐놓아 풍성한 포도 수확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금을 만들고자 노력했던 사람들은 여러가지 유용한 발명과 유익한 실험들을 가져다 주었다.”

사실 20세기의 시각에서 보자면 연금술이란 말도 안되는 잘못된 학문이었으며, 잘못된 가정에 근거해서 잘못된 실험을 행한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러한 잘못된 실험들을 통해서도 새로운 발견이 이루어진다. 또한 이는 연금술만 그런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과학이 마찬가지이다. 뉴턴의 우주론은 아인쉬타인에 의해 무장해재 당했으며, 멘델레예프의 산뜻하게 정리된 주기율표도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에 의해 무너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뉴턴과 멘델레예프가 없었다면 아인쉬타인과 하이젠베르크도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출처;심볼리안]